현재 유럽은 지중해의 따뜻한 봄 햇날 아래서도 경제적 위기감으로 혹독한 시절을 맞고 있다. 공포감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탈리아의 물가도 심상치 않은 조심을 보이고 있다.
🌍 긴급 소집된 EU 정상회의
오늘 브뤼셀에서 긴급 소집된 EU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굳은 표정으로 한 자리에 앉았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아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이탈리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스 요금과 주유소 기름값이 연일 폭등하며 가계 경제와 관광업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 자립 없이는 지정학적 평화도 없다"는 EU 이사회의 성명은, 먼 나라의 전쟁이 어떻게 우리 식탁 위 파스타 가격을 올리는지 뼈저리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는 좁은 길목,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봉쇄 되고, 이탈리아 현지 뉴스는 연일 '크리시 에네르제티카(Crisi Energetica, 에너지 위기)'와 '카로 볼레테(Caro Bollette, 공과금 폭탄)'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 유독 이탈리아가 더 춥고 시린 이유
이탈리아는 원자력, 화력, 석탄 발전소가 없는 나라다. 과거 국민 투표를 통해 특히 원전을 모두 폐기했다. 이웃 나라 프랑스가 원전으로 에너지를 자급하고, 북유럽 국가들이 자체 천연가스와 수력 발전에 기대는 동안, 이탈리아는 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가 70%를 훌쩍 넘는 절대적인 수입국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탈리아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알제리, 카타르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가스 수입선을 다급하게 변경했다. 그런데 바로 그 새로운 생명줄인 중동 지역이 다시 화약고가 되어버린 것이다. 주유소의 디젤 가격은 리터당 2유로를 넘나들고, 가스로 음식을 조리하는 현지 레스토랑들은 치솟는 가스비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먼 나라의 지정학적 갈등이 당장 우리의 식탁 위 파스타 한 접시의 가격을 결정짓는, 무서운 나비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브뤼셀 긴급 회동: 생존을 위한 유럽의 딜레마
이런 절박한 위기감 속에 오늘 브뤼셀에서는 EU 정상회의가 긴급 소집되었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참담할 정도로 무겁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빚이 많은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자니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고 있다. EU 이사회는 "에너지 자립 없이는 지정학적 평화도, 경제적 주권도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당장 이번 여름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에어컨을 켜야 하는 호텔과 상점들에게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 생각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
첫째, 역설적인 '녹색 전환'의 가속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전쟁과 갈등으로 당장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자, 역설적으로 유럽 국가들, 특히 이탈리아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및 확대에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 보호라는 도덕적 명분(Eco-friendly) 때문에 친환경을 외쳤지만, 이제는 국가의 생존과 안보(Security)를 위해 녹색 에너지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짙은 그림자가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친환경 시대를 강력하게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둘째, 다가오는 이탈리아 여행의 판도 변화: 이런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항공유 상승으로 이어져 유럽행 항공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현지의 숙박비와 교통비(기차, 렌터카) 인상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현지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예산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거나, 에너지를 덜 쓰는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로 여행의 방식을 바꿔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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