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마르챠나 도서관 박물관에는 마르코 폴로의 "유언장"이 있다. 2017년 스크리니움 출판사에서 인쇄한 오리지널 양피지, 675 x 238 mm 의 복제본으로 내용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유언장 내용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이 도서관 박물관에 대해 간략하게 먼저 언급하기로 한다.
마르챠나 도서관 박물관
1453년 동로마가 셀주크 오스만투르크의 메흐메트 2세에게 멸망하고, 정책에 따라 이슬람으로 전향하지 않은 많은 고위 성직자와 지성인들은 유럽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때 수많은 고전 고서들이 베네치아에 도착했고, 그 즈음 마르챠나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엄청난 보물단지들은 현재 베네치아 고고학박물관과 도서관으로 옮겨져 건물만 남아 있다.
바로 이곳에 흥미로운 것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마르코 폴로의 유언장"이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사망 1년 전에 공증인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의 도움으로 작성한 이 유언장을 통해 그의 삶의 자취와 사고방식을 엿볼 수가 있다.
📜 마르코 폴로 유언장의 실제 주요 내용
1. 타타르인 하인 '피에트로'의 해방과 유산 상속
유언장 초반부에 마르코 폴로는 자신의 타타르인 하인 피에트로(Pietro)를 언급한다. 그를 노예 신분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자유인으로 만들어 줄 것을 명시하며, 그가 독립할 수 있도록 100 베네치아 리라(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를 유산으로 남겼다. 아시아 여행에서 데려와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 장지와 기부금 지정
그는 자신의 시신을 아버지가 묻힌 성 로렌초(San Lorenzo) 성당에 안치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 구원을 위해 베네치아의 여러 성당, 수도원, 병원, 심지어 나병 환자 수용소와 고아원에까지 재산을 기부하라고 꼼꼼하게 지시한다.
3. 통 큰 빚 탕감
마르코 폴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베네치아의 상인이었지만, 죽음 앞에서는 관대했다. 유언장에는 자신의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자신에게 졌던 특정 빚들을 모두 탕감해 주고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4. 막대한 부의 상속
기부금과 피에트로의 몫을 제외한 남은 재산 - 이것도 엄청남 - (동방에서 가져온 보석, 비단, 금, 향신료에 이어 무엇보다도 쿠빌라이 칸이 선물한 '순금 여권(패자)' 등)은 모두 아내 도나타 바도에르(Donata Badoer)와 딸 판티나(Fantina), 벨렐라(Bellela), 모레타(Moreta)에게 공동으로 상속했다. 중세 시대에 남성 후계자나 다른 친척을 배제하고 여성 직계 가족에게만 모든 권리를 넘긴 것은 그의 또 다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절, 남자는 무슨 일이나 할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궁지에 몰리면 할 만한 일이 딱히 없었다. 특히 상업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매춘 외에 여성이 품위를 유지하며 할 만한 일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마르코 폴로는 이점을 걱정했던 것 같다. 아내를 비롯해서 딸이 많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기가 일으켜 놓은 사업의 번성보다도 가족들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에서 숙연한 마음이 든다.
분명한 것은 이 문서를 통해 마르코 폴로가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1271년부터 1295년까지 아시아를 여행한 기록인 『동방견문록(Il Milione)』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베네치아의 상인이자 여행가다.
이 문서가 지리학 관련 전시관에 소개된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 언급하게 될 프라 마우로(Fra' Mauro)의 세계지도와 함께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는 15세기와 16세기 지리학자들의 가장 주요한 정보 출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