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종종 "왜 이렇게 다 부서진 건물들을 안 치우고 저렇게 방치해 두고 있는가?", "여긴 왜 이렇게 다 부서진 걸 보여주면서 돈을 받는가?" 좀 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왜 이 도시는 이렇게 오래된 것들로 가득한데도 살아있는 느낌이 들까?” 등등의 질문들을 쏟아내곤 한다.
오늘은 이 폐허 속에서 돌아보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콜로세움은 무너져 있고, 포로 로마노는 폐허로 남아 있으며, 수천 년 된 신전들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도 로마는 이상하리만큼 “죽은 도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식 건물들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로마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 폐허는 끝이 아니라 기억이다
콜로세움(Colosseum)은 더 이상 검투사들이 생존을 걸고 펼치는 경기장이 아니다. 하지만 2천년 전 로마인들의 환호와 절규가 메아리쳤던 경기장은 과거 수많은 이야기를 품에 안고 도심 한복판에 우뚝 서 있다.
세계 유수한 대부분의 도시에서 폐허는 “끝”을 의미한다. 그러나 로마에서 폐허는 오히려 시작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과거가 사라지지 않고, 현재가 그 위에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이다.
✝️ 이교도의 도시에서 그리스도교의 도시로
로마는 한때 다신교의 중심지였다. 신전과 제의, 황제 숭배가 도시 종교의 중심이었다. 그래서일까? 유머가 넘쳐났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죽음을 앞두고 슬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로마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판테온(Pantheon)은 원래 모든 신을 모시던 만신전(그래서 '판테온')었지만, 지금은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들의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종교의 교체가 아니다. 로마는 과거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혔다. 다시 말해서, 로마는 멸망한 것이 아니라, 변형된 것이다.
⛪ 시간은 단절되지 않는다
로마의 거리를 걷다 보면, 고대의 유적지 옆에 중세 성당이 있고, 그 옆에는 현대의 카페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도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이다.
로마는 시간의 흐름을 “선”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 현재 → 미래로 이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모든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층”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낡은 것이 아니라, 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원의 도시"인 것이다.
✨ 폐허는 죽음이 아니라 구원의 흔적이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구원”이다. 무너진 것, 상처 입은 것,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 과정이다.
로마의 폐허도 그렇다. 무너진 건물은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흔적이다. 그래서 로마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결론
언젠가 기회가 되어 로마의 거리를 걷게 되면, 폐허를 단순히 “옛날 것”으로 보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여기 존재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 순간, 로마는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니라, 그 순간을 채우는 내 인생의 무대가 되고, 하나의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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