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6일 화요일

[바티칸박물관] 미켈란젤로와 하느님의 엉덩이, 시스티나 소성당에 숨겨진 거장의 위대한 도발

 가이드로 일주일에 4~5차례 바티칸 박물관을 찾지만,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 시스티나 소성당에 도달할 때면 거의 지쳐서 제대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시간날 때, 휴가가서나 휴식 중에 볼 수 있게 이렇게 글을 써 본다. 

오늘은 시스티나 소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 중 "해와 달의 창조"에서 작가 미켈란젤로가 말하고자 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인류 예술의 최고 정점으로 손꼽히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소성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람객은 거대한 스케일과 엄숙한 신성함에 압도당하곤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아담의 창조’ 속 손가락을 마주치는 신과 인간의 모습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지요. 하지만 이 거대하고 성스러운 공간 한구석에, 미켈란젤로가 인류 미술사상 전무후무한 파격적이고도 유쾌한 디테일을 숨겨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예술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흥미로운 주제, 바로 ‘미켈란젤로와 하느님의 엉덩이(Michelangelo e il sedere di Dio)’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흥미진진한 비밀은 천장화 중 하나인 ‘해와 달, 초목의 창조(Creazione degli astri e delle piante)’라는 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이 프레스코화는 한 화면 속에 시공간을 달리하여 창조주 하느님이 두 번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엄숙한 표정의 하느님이 정면을 향해 양팔을 벌려 해와 달을 창조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려 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거룩해야 할 창조주가 등을 돌린 채 허공을 향해 휙 날아가고 있는데, 펄럭이는 옷자락 사이로 신의 적나라한 엉덩이 굴곡과 두 발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는 물론이거니와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감히 우주의 창조주인 하느님의 뒷모습을, 그것도 엉덩이와 발바닥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예술가는 없었습니다. 당대의 종교적 관념으로는 신성모독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이 과감한 묘사는 미켈란젤로라는 천재가 가졌던 예술적 자신감의 방증입니다.

이 디테일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언급하면, 

* 미술사 전무후무한 파격과 해부학적 자신감: 본래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 정의했고, 인체의 아름다움과 해부학적 역동성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집착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에게 인간의 신체는 신의 신성함을 담아내는 가장 완벽한 그릇이었기에, 신을 묘사할 때조차 해부학적으로 완벽하고 역동적인 근육질의 뒷모습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흙먼지가 묻어날 것 같은 생생한 발바닥 묘사는 신을 멀리 있는 관념이 아닌, 창조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생생한 실체로 끌어내렸습니다.

* 교황 율리오 2세를 향한 통쾌한 조롱: 여기에는 또 인간 미켈란젤로의 통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습니다. 당시 시스티나 소성당의 천장화를 의뢰했던 인물은 강한 권력욕을 지녀 ‘전쟁 교황’이라 불렸던 율리오 2세였습니다. 두 천재의 만남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교황은 끊임없이 작업 속도를 독촉했고, 공사 대금 지급을 미루기 일쑤였으며, 예술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간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좁고 높은 비계 위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몇 년간 외로운 사투를 벌이던 미켈란젤로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지요. 이에 예술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대한 복수를 꿈꾸었습니다. 절묘하게도 이 ‘뒤돌아 날아가는 하느님의 엉덩이’가 그려진 자리 바로 아래쪽은, 성당 내부에서 교황의 옥좌와 미사가 거행되는 제단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즉, 교황이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 고개를 들면, 가장 먼저 신의 얼굴이 아닌 적나라한 엉덩이와 발바닥을 마주하게 되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당대 최고의 권력자 머리 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룩한(?) 조롱을 날린 셈입니다. 종교적 엄숙함 뒤에 가려진 예술가의 인간적인 반항심이 이보다 더 유쾌하고 대담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요?

* 아는 사람만 보이는 디테일: 지금도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자가 바티칸을 찾지만, 쏟아지는 인파와 압도적인 분위기에 밀려 이 흥미로운 디테일을 놓치고 지나칩니다. 예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인간의 숨결과 갈등, 그리고 위트를 읽어낼 때 비로소 온전한 매력을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신성하고 엄숙한 공간 한가운데에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반항적이고 파격적인 감정을 숨겨놓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음번에 바티칸의 시스티나 소성당을 방문하게 된다면, 가장 유명한 아담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려보세요. 500년 전, 거장 미켈란젤로가 율리오 2세에게 날렸던 통쾌한 미소와 인체에 대한 끝없는 집념이 거대한 천장 위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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